태권도를 세계화 할 필요가 있을까?

제목 : 태권도는 왜 세계화 되어야 하는가?
발제자 : 정관호 – 태권도학회 발표용 원고

 

태권도 세계화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원론적으로 세계화(Globalization)란 각 국가경제가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의미한다. 즉 세계화란 국가 및 지역 간에 존재하던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 장벽이 제거되어 세계가 일종의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되어 나가는 추세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계화란 상품, 서비스, 자본 등의 국제적 이동을 촉진시키는 생산, 금융, 정보 등의 새로운 거대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태권도는 베트남 전쟁을 통해 미국에 소개됐고, 올림픽을 통해 세계화됐다. 1세대 태권도인들이 해외에 도장을 차리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현지에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특히 태권도계는 무엇을 얻었는가?
90년대까지 1세대의 해외진출과 WTF의 창설은 (1)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이끌었고, 수 많은 메달을 싹쓸이 해왔다. (2) 한국의 엘리트 태권도 지도자들이 초청되어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가 증가했고, (2) 외국인 수련인구가 증가하며 단증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3) 한국산 도복과 태권도 용품들의 수출도 증가했으며, (4) 신비한 동양무술의 종주국 한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국기원을 찾는 태권도 관광객이 증가했다. 그렇게 태권도는 세계화 되어왔다. 태권도 1세대는 일자리를 창출했고, 우리의 물건을 해외에 팔고, 수련인구를 확장시키면서 태권도 시장을 활성화시켜왔다.

세계화의 역설 – 독일 아우토반
독일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은 유럽 침공을 위해 건설됐지만, 2차대전 말기에는 러시아의 독일 역침공에 아주 훌륭한 루트로 활용됐다.
태권도 세계화를 외쳐온 지 30년이 지난 지금, 1세대 태권도인들이 은퇴하고, 2세대를 지나 3세대 현지인들이 해외태권도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WTF 역시 몇 년 내에 주도권을 외국인에게 뺏기게 될 것으로 다들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의 태권도 용품은 다국적 기업에게 뺏겼고, 국기원 단증에서 독립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현실적으로 가시화 됐다. 30년 전 가능성 높은 시장에서 지금은 먹을 것 없는 빈껍데기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선배들이 건설한 태권도의 길을 따라 역습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태권도 세계화를 외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세계화 인가?
태권도인들은 태권도 세계화의 수혜자가 태권도인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외진출 1세대 태권도인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수혜자가 아니라 공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권도의 가치가 아니라 아주 작은 일자리 기회를 찾아서 해외로 진출했고 온 몸을 받쳐 현지화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70년대 헝그리 정신이 그들의 현재를 만들었다.
태권도의 해외 일자리 창출은 하나의 환상이다. 태권도의 해외 일자리는 2세대를 지나면서 막혔다. 자국 일자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취업비자발급은 까다로워지고 현지인 지도자의 등장으로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상태다. 현재까지도 태권도 해외 일자리는 거의 대부분 도장 사범이다. 태권도 관련학과를 학생들도 해외 사범 일자리엔 관심이 없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보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언어적 문화적 격차를 이기지 못하고 겉도는 낙오자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더 이상 헝그리 정신이나 열정 페이를 젊은 사범들에게 강요할 수 없다. 현지 도장들도 이제는 더 이상 한국인 사범을 반기지 않는다. 태권도를 잘 가르치는 사범이 아니라 학부모 관리를 포함한 도장운영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사범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범들은 언어적 문제부터 벽에 부딪힌다.
그럼 태권도 용품관련 기업은 수혜자일까? 전국 12,000개 도장에 4만 여명이 종사하고, 연간 1조원이 넘는 시장이지만 태권도계를 후원할 수 있는 기업 하나를 가져보지 못했다. 태권도 용품의 최대 생산기업은 아디다스 등 외국 브랜드 라이선스를 OEM으로 생산하는 중국기업이며, 한국의 몇몇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영세 판매상만 남아 있는 현실이다. 태권도인들도 아니고 태권도 산업도 아니라면 누가 태권도 세계화의 수혜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먼저 태권도가 세계화 되었느냐하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야한다. 엄밀히 태권도는 세계화되지 않았다. 아니 대한민국의 태권도는 세계화될 수 없다.

국제화와 세계화
세계화(Globalization)와 유사한 개념의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가 있다. 언어적 개념은 비슷하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기본적으로 세계화에는 경제적 의미의 국경이 없다. 국제화가 단순히 국내 것이 국경을 넘어서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세계화는 여러 국가의 것이 융합되어 새로운 국제기준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와 국제화의 차이점]

국제화 세계화
활동범위 각 국가 내로 한정 여러 국가에 걸쳐서
독자적 영역 구축
국가와의 관계 국가의 전적 통제에 예속 초국적 지위 획득
국가와 대등위치로 격상
세계와의 관계 무역을 통한 사업적 관계 해외투자를 통한 생산적 관계
통합의 정도 소프트 통합 하드 통합

국제화란 국가 간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국제화한다는 말은 자국 내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대신 외국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각국은 국제화에 의하여 상호의존관계를 맺게 되고 경제측면에서는 무역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상호의존관계가 형성된다. 무역의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경제는 외국 또는 세계경제와의 의존관계가 심화되는 것이다.
국제화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는 기업이나 단체가 국가 내에 일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은 정부의 보호와 통제를 받으면서 자국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활동을 영위한다. 기업은 주요 생산을 자국 내에 국한함으로서 세계와는 무역을 통한 상업적인 관계를 맺거나 대등한 관계의 국제교류를 한다. 이것은 국가를 매개로 한 간접적인 관계로 나타난다. 반면 세계화는 국제화의 경우처럼 특정 국가에 얽매이지 않는다. 초국가적 기업(또는 다국적 기업)과 IOC 같은 국제스포츠 기구들이 여기에 해당되며, 세계화의 수혜자이자 산물이다. 즉, 태권도는 국제화되었을 뿐이며, 세계화는 WTF활동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일본의 경영자문가인 오마에 겐이치(K. Ohmae)는 “세계화가 확대됨에 따라 각국의 국민국가가 소멸되고 또한 각국의 국민경제가 동질화됨으로써 국경 없는 세계, 국적 없는 기업이 탄생될 것이다”라고 예언한 바 있다. 또한 그가 “지금 우리는 국경 없는 세계에 살고 있다. 세계화 속에서 국민국가는 일종의 ‘허구’이며 정치가는 그 막강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즉, 세계화는 세계시장으로 공간적·제도적 통합이 이뤄지며, 각국의 제도 및 정책의 유사성이 증대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각국의 영토적 경계가 약화(deterritorialization)될 것이고 국가가 독점해 왔던 국민에 대한 장악력도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IOC는 스포츠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간섭을 강하게 배척해 왔다. 스포츠 정신의 순수성을 지켜야한다는 대의명분도 있지만, 국가별 스포츠 단체들이 정부의 통제력에서 벗어나야 독점적 거버넌스가 가능하다는 실리적 판단도 들어있다. IOC의 협력기구로서 WTF의 태도는 늘 이중적이었다. 대한민국이 낳았지만,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의 소유권을 부정해야하는 단체가 WTF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필요할 때는 올림픽 퇴출위기를 내세우며 종주국의 역할과 지원을 강조해 왔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국제기구를 정부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왔다.

WTF의 미래 – 태권도의 종말인가 기회인가
태권도의 종주국 대한민국에 자리 잡고 있는 WTF는 무엇인가? 지난 40여 년간 태권도 세계화의 유산이다. 그리고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태생적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아서는 안 되는 시집간 딸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 왕’처럼 시집간 딸은 전 재산을 요구해올 것이다.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해 그 미래를 예측해 보자.
먼저 대부분의 태권도인들이 예상하듯이 WTF의 총재가 외국인으로 바뀔 것이다. 총재가 바뀌면 경영층의 교체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 질 것이며, 한국인 집행위원 중 상당수가 퇴출된다. 조직은 슬림해지고 경영합리화가 강조된다. 임직원 중 상당수가 태권도인 대신 마케팅과 미디어 전문가로 교체될 것이다. 새 경영층은 의욕적으로 새로운 태권도의 세계를 그려낸다. 그 그림엔 일본 유도가 그랬던 것처럼 종주국이 사라진다. 태권도 시장을 WTF중심으로 재편하려 들 것이고 그 시작은 제도개혁이다. 국기원 단증으로는 더 이상 국제대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WTF가 인증하는 선수등록증을 가져야하며, 이는 WTF인증도장을 통해 발급받게 된다. 한국선수도 예외는 없다. 각 국가별로 홍보 전진기지인 WTF 인증 도장이 생겨난다. WTF인증 도장에서는 국기원이 그랬던 것처럼 선수등록증을 판매하고 WTF와 이익을 공유한다. WTF는 수익금 중 일부를 대륙별 연맹에게 나눠준다.
경기 룰과 용품에 대한 규격도 개편된다.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더 이상 효자종목이 아니다. 한국에 대한 견제로 매번 룰이 바뀌기 때문이다. 다국적 스포츠 용품 기업과 장기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다. 공식 태권도복에 한국산은 없다. 기존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산 계측시스템은 폐기되고 정밀성이 검증된 센서를 장착한 미국이나 유럽의 계측시스템이 도입된다.
엘리트 스포츠만으로는 WTF를 운영하기엔 재정적으로 너무 취약하다. 생활 태권도 영역으로의 침투는 살아남기 위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그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기존 시장에 대해 세밀한 조사와 함께 생활태권도에 대한 침투전략이 수립된다. 교육시스템을 전담할 연구단체를 대학과 공동으로 설립하고 태권도 인증 시스템을 표준화한다. 한국식 품새나 겨루기는 폐기되고, 타 무술종목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품새와 겨루기 시스템이 제정된다. 경기 구령에서도 한국어가 지워지거나 변형된다. 이쯤 되면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 태권도’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리어 왕의 딸이 전 재산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한국의 태권도계가 반발 하지만 WTF는 세계 태권도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것에는 한국 주도형 태권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한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사례는 지금도 차고 넘친다.) 또한 국제스포츠로서 세계 어느 국가든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평가 받아야한다는 논리에 한국을 제외한 국가별 연맹들이 동조할 것이고 그렇게 세계 시장을 잃게 된다.
이 시나리오가 다소 과격하고 과장되었을 수는 있으나, 허무맹랑하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WTF가 한국으로부터의 독립한다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주도권 상실을 의미한다. 향후 국기원을 비롯한 어떤 단체든 국제화 또는 세계화를 꾀할 경우, WTF와 야수적인 초이전투구식 경쟁(Dog-Eat-Dog Competition)을 벌여야 할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동일 영역 간의 경쟁은 조직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치열한 전쟁은 피할 수 없다.

정부의 태권도 세계화 지원
필자가 WTF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WTF의 기본적 속성이 세계화에 있기 때문에 예상되는 결과이고, WTF 뿐만 아니라 세계화를 꿈꾸는 모든 단체나 국제연맹이 갖는 숙명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태권도 세계화에 지원해야하는가? 국내 태권도인도 태권도 산업도 혜택을 못 누리며, 태권도 세계화의 상징인 WTF마저 떠나갈 운명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할 당위성은 어디에 있는가?
한류의 원조인 태권도가 세계무대로 향하고 있을 1970년대, 당시 한국은 전쟁의 잔해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성장하고 있었지만, 1인당 GDP는 겨우 1천 달러를 넘어서는 세계 50위권의 국가였다. 그래서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봤을 때, 한국의 국가의 브랜드 가치보다 태권도의 가치가 훨씬 더 높았다. 태권도는 문화다. 미국의 극작가인 업턴 싱클레어(Upton Sinclair)는 “영화 덕분에 세계가 하나로 된다. 즉, 세계는 미국화 된다.”고 했다. 태권도로 세계는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세계는 한국화 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국가나 지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동질화 된다는 것은 그 국가의 상품이 도입될 때 진입장벽 없이 판매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출을 기반으로 한 한국경제에서 이 보다 좋은 문화침투전략무기는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통합과 사기진작이라는 측면에서도 정부가 지원해야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전 세계 12위의 국가브랜드 파워(2014)를 가진 나라가 한국이다. 세계 브랜드 10위 안에 드는 삼성도 보유하고 있다. 국가 브랜드 가치가 태권도의 가치를 넘어선지 오래라는 것이다. 축구는 영국이 종주국이지만, 축구인들이 영국을 추앙하지 않으며, 영국정부도 축구를 특별히 지원하지는 않는다. 영국인들 역시 축구 종주국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슬퍼하지 않는다. 유도 역시 어느 나라 도장에도 일본국기가 걸려 있지는 않으며, 일본의 주도권 상실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국가의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일본 유도가 그랬던 것처럼 태권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정부는 2007년 일본인 집행위원들이 IJF(국제유도연맹)에서 모두 퇴출된 사건 이후로 국가지원을 더욱 줄이는 모양새다. WTF의 탈한국화가 심화되고 한국의 글로벌 주도권이 약화되는 시점에 태권도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멀어질 것이다.

한국산 태권도 세계화의 조건들
그럼 앞으로 한국의 태권도는 또 태권도인들은 어찌해야할까? 태권도를 세계화하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을 방안은 무엇일까?
세계화에 성공한 맥도날드 예를 들어서 태권도에 적용해보자. 맥도날드는 2012년 기준 전국에 1만 2,509개의 프랜차이즈가 영업중이다. 캐나다에 1,118개가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멕시코 등 해외에 1만 3,636개의 가맹점이 있다. 본사 직영점은 6,472개다. 가맹점 수가 다른 업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그래서 대표 상품인 ‘빅맥’이 국가별 경제비교 기준인 ‘빅맥지수’로 이용될 정도다.
맥도날드 본사가 이들 세계의 가맹점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은 (1)매장 인테리어와 유니폼이 포함된 가입비, (2)레시피가 포함된 재료비, (3)명칭사용에 대한 로열티가 주를 이룬다. 태권도로 매칭시켜 보면, 도장의 표준 인테리어와 도복으로 태권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성한다. 태권도의 레시피는 교육 매뉴얼, 품새, 승·품단이나 경기방식 등이 해당될 것이다. 태권도의 로열티는 인증도장이나 승품단증 또는 선수인증서 등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태권도의 구성요소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요소별로 얻어지는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이다. 오너십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세계화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태권도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민간재처럼 오너십이 분명치 않다.
(1)태권도라는 브랜드명의 소유, (2)품새를 비롯한 교육과 수련 방식(레시피)을 바꿀 수 있는 권리, (3)태권도 도장(로열티)을 부여하거나 회수할 수 있는 권리, (4)수련자의 수준을 심사하고 인증(단증)해줄 수 있는 권리, (5)태권도계 전반의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통합하고 재분배하여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리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모두를 한 기관이나 단체가 가질 수 없으며, 특정 권리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것도 있다. 중국 소림권법과 비교하면 매우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권리주체 비교]

맥도날드 햄버거 태권도 소림권
Copyright 본사 <없음> 소림사
Recipe 본사 일부 보유
※ 기관별, 국가별로 다름
소림사
Royalty 본사 <없음> 소림사
※ 산하 마케팅사
Certification <없음> 일부 보유(국기원 단증) 소림사
Budget 본사 <없음>
※ 기관별 보유, 통합예산 없음
소림사
Franchisee 본사-가맹점 <없음>
※ 공공재로 누구나 개장가능
소림사

태권도계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되면 태권도의 세계화가 왜 그렇게 한정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이것이 세계화의 또 다른 이름은 현지화의 문제다. Globalization = Glocalization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맥도날드가 한국에 진출한 후, 서구인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한국인의 독특한 입맛에 호소할 수 있는 메뉴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1997년 불고기 버거, 2001년 새우 버거, 2006년에는 한국 직장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맥모닝을 출시해서 현지화했다. 그리고 흔히 대박상품이라는 이름으로 매출을 끌어올렸고 본사의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
태권도는 이미 현지화 되어왔다. 현지 지도자들이 자생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현지화를 통해 우리가 얻는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오너십 없는 자산의 세계화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각국의 현지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주인 없는 콘텐츠를 차지할 기회를 말이다.
더 이상 (WTF의 경기방식을 포함하여) 한국의 태권도 매뉴얼이 해외시장에 먹히지 않는다. 우리의 레시피도 바꿔야할 때가 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리우올림픽(2016)에서 전 세계 올림픽 시청의 핵심 대상자인 17~49세 연령층이 전 대회인 런던올림픽(2012)에 비해 25%가 감소했다. 세계적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으며, 더불어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아동 중심의 태권도 레시피가 성인용으로 바꿔야한다는 시그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기존 품새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성인수련에 적합한 매뉴얼의 개발이 시급하다. 그리고 새로운 레시피의 세계화 즉, 현지화의 방식은 철저하게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익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
태권도의 새로운 레시피는 무엇이야 할까? 새로운 품새?, 프로 태권도?, 경기방식 전환?, 첨단기술의 접목? 이 모두는 메인 요리에 놓인 데코레이션이다. 태권도의 오리진(Origin) 확보가 먼저다. 태권도의 원류라고 주장할 수 있는 잃어버린 오리지널 레시피를 되찾아야한다는 얘기다. 오리지널 태권도는 무도와 경기, 놀이와 건강으로서 전통적 한국인의 삶 속에 있었던 문화와 정신적 가치의 발현이다. 생존을 위한 실전성과 그에 기초한 경기방식, 생활 속에 스며들어 건강한 개인과 사회를 만들어 내는 흥이 있는 몸짓, 순백의 옷을 즐겨 입었던 소탈함, 두레나 품앗이를 통해 협동정신, 상호 존중의 인본주의에서 자라난 호국정신 등이 태권도의 메인 요리가 돼야한다. 그리고 이것이 전통 태권도라고 주장할 수 있어야한다.
‘원형 태권도(Original Taekwondo)’ 또는 ‘전통 태권도(Traditional Taekwondo)’에 대한 주장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WTF, ITF로 분기되기 이전의 어떤 시점에 잠들어 있는 태권도의 원형질을 다시 깨우는 것은 태권도계의 통합을 이끄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이고, 한국이 영원히 태권도의 맏형이 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태권도의 추진
태권도 원형질의 회복이 단순히 과거 태권도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발짝이라도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잃어버리고 손상된 태권도의 DNA를 다시 회복하고 복구시켜야한다는 얘기다. 태권도가 결손 없이 정상적 DNA가 되어야만 다른 DNA와 결합을 통해 다음세대에게 더 나은 태권도 유전자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형질 태권도 브랜드의 주장은 전략적 차원에서 매우 치밀하게 전개되어야한다. 특히 ‘오리지널(또는 전통) 태권도’라는 강력한 브랜드 리더십과 이를 추진할 기관의 오너십이 절실해진다.
브랜드 자산은 인지도와 지각되는 품질, 연상되는 이미지와 이를 통해 구성된 브랜드 로열티와 독점적 브랜드 자산으로 구성된다. 브랜드 리더십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급자의 편익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한다. 즉, 오리지널 태권도의 상품을 구성하는 품새, 동작, 겨루기 등에서 고객들이 참여할 가치를 높여야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정교하게 개발되어야한다. 오리지널 태권도가 무엇이 기존 태권도와 다른지, 다른 무술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시각적 대표 상징물(메타 이미지 : 예를 들어 이단옆차기 같은)이 무엇인지를 본질적 영역까지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이를 추진할 기관의 대표성, 당위성, 그리고 추진 역량이 높아야한다.
일반 명사화되어버린 ‘태권도’의 세계화 사례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오리지널 태권도의 세계화에는 권리를 주장하고 가치를 보유할 수 있는 단체 또는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심 추진 기관이 어디가 되느냐는 문제는 한국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 세계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구가 어디냐를 선택하는 문제이다. 비정부기구여야 한다는 점(IOC)에서 태권도진흥재단은 배제된다. 대한태권도협회도 구조상 향후 IF(국제연맹=WTF)의 하부조직인 NF(국가연맹)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기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오너십이다. 이미 맥도날드, 소림사와 비교를 통해 세계화에 있어서 오너십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살펴봤다. 지금까지 태권도 관련 단체나 기관을 보면, 내부의 반목과 분열로 경영진이 흔들린 경우가 허다했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고(水之淸則無魚), 높은 산 정상에는 나무가 없다(山之高峻處無木)고 했다. 태권도계가 시시비비에 휘말릴 때마다 산업은 후퇴했고, 대중들의 무관심은 더해갔다. 태권도인 스스로가 열매가 맺히지 못하도록 막아온 방해꾼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리지널 태권도의 세계화를 추진할 중심기관은 뛰어난 마케팅 역량과 강력한 추진의지를 가진 경영진이 있어야한다. 그래서 세계를 대상으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소득을 올려야한다. 무엇으로?
오리지널 태권도 세계화에서 팔아야 할 것은 존경이다. 무술에서 존경이라는 가치의 획득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주고, 브랜드 리더십을 강화시켜 준다. 존경은 어디서 오는가? 최영의는 “실천 없이는 증명 할 수 없고, 증명하지 못하면 신뢰받지 못하고, 신뢰가 없으면 존경받지 못한다”고 했다. 즉, 존경받기를 위해서는 신뢰 받을만한 것으로 증명을 해야 한다. 오리지널 태권도에서 증명해야하는 것은 실전성과 높은 수준의 정신적 가치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브랜드 히스토리 즉, 오리지널 태권도의 전설을 만드는 일이다. 태권도의 전설에는 수많은 시시비비가 걸려있다. 이를 극복해야 전설이 자라나고, 그 전설이 수련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자부심과 충성심을 갖게 한다. 완벽한 전설은 죽어야만 탄생한다. 죽음만이 불변의 가치를 낳는다. 라틴어가 국제학술 명명어가 된 것은 죽은 언어로써 더 이상 변형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전설이나 영웅은 실수나 잘못, 이해관계에 따라 가치가 변할 수 있다. 이소룡, 제임스 딘, 비틀즈의 존 레논이 시대를 뛰어 넘는 전설이 된 것은 최고의 정점일 때 그대로 멈춰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고인이 된 태권도의 전설은 어디에 있는가? 대한제국시절 구식군대를 이끌던 무술사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아는가? 조선인 여학생을 희롱하는 기마경찰을 맨손으로 때려눕혀 검을 빼앗을 만큼 무술에 출중했던 독립운동가 김상옥 의사의 무술은 무엇인가? 김두한이나 시라소니 이성순의 무술과 태권도는 무관한가? 이소룡에게 발차기 기술을 전수한 이준구 사범은 왜 전설이 되지 못하는가? 태권도 턴(Turn)이나 540도 발차기의 창시자는 누구이며 지도방법은 누가 개발한 것인가? 다양한 질문이 있어야하고 질문보다 많은 답이 있어야한다. 광범위하게 모아지고, 소중하게 보관되고, 세계로 미래로 전파되어야한다. 오리지널 태권도라는 이름을 걸고서 말이다.

결론
1세대 태권도인들의 희생과 올림픽을 통해 세계화되어온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처럼 할 것이라면 앞으로는 태권도 세계화를 추진하지 않는 것만 못할 것이다. 허울 좋은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먹을 것도 없는 세계시장에 허망한 투자를 계속하기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의 태권도는 서서히 말라가는 샘물이다. 시장은 사막화되고 있는데 아직도 샘물이 넘쳐난다고 착각하고 있거나 마지막 물이라도 더 마시려고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전통적 태권도의 재생이 필요하다. 오리지널 태권도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그 안에 산업과 일자리 그리고 지속 가능한 한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철저한 준비와 전략 그리고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추진기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협력과 지원의 집중이 필요하다. 핵심 추진기관에겐 태권도 1세대가 처음 외국 땅을 밟았을 때 느꼈을 그 두려움과 외로움이 필요하다고 본다. 살기남기위해 몸부림쳤던 그 절실함이 용기와 도전을 낳기 때문이다.
태권도인들도 냉철하게 지금의 세계를 직시해야한다. 반목과 분열로 힘을 낭비하기엔 현실이 너무 다급해지고 있다. 태권도 정신의 실천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고, 서로의 신뢰회복을 통해 강력한 단합되고 그래서 세계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그런 한국 태권도의 세계화를 기대해 본다.

“태권도를 세계화 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1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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